comment 0

속죄를 읽고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최근 가끔씩 듣던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동진님과 함께 출연하는 김중혁 작가가 속죄를 소개하면서 정말 이런 극찬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도 칭찬을 하길래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까지 칭찬을 하나 너무 궁금해서 아직 못읽은 책들이 잔뜩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책을 구입한 뒤에 약 한달간의 긴 시간에 걸쳐 드디어 다 읽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이기도 하지만 제주도에 오면서 책을 서울에 두고와 1부를 다 보고 한 2주동안 책을 못보고 다시 2, 3부를 읽게 되었다. 그래도 1부에서의 브리오니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자 브리오니의 주변 인물들과 주인공인 세실리아와 로비의 행동까지 다시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작가 이언 매큐언의 섬세한 장면묘사와 3인칭 시점의 담담한 문체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날 브리오니라는 어린 아이가 창가에 있다가 그의 언니 세실리아와, 세실리아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탈리스의 아들이 분수대 근처에서 놀다가 꽃병을 빠뜨려 세실리아가 온몸을 적시며 분수대 안으로 들어가 꽃병을 찾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때 로비는 세실리아를 분수대 밖에서 빤히 쳐다만 보고 있다. 평소 글쓰기를 즐기며 상상력이 매우(너무도 매우매우) 풍부한 브리오니는 로비가 세실리아를 희롱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 나이임에도 스스로 조숙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브리오니는 로비를 사랑하고(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브리오니는 로비와 세실리아가 서재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을 목격하고 로비가 세실리아를 성희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로비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갖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세실리아의 오빠 레온의 친구인 마샬이 세실리아의 집에 놀러오게 되고 그때 마침 세실리아의 집에 방문한 세실리아의 사촌 롤라를 마샬이 성폭행을 하게 되는 장면을 브리오니가 목격하게 된다. 성폭행 가해자를 자세히 보지 못했던 브리오니는 범인으로 로비를 지목하게 되고 가족들은 이를 옹호한다. 이로 인해 로비는 감옥에서 복영하다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

그리고 2부에서는 로비가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하고 세실리아는 로비를 감옥으로 내몰은 가족들과 의절하고 간호사가 된다. 사실 2부의 내용은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로비가 전쟁에 참전하여 함께 하는 병사들과 고생하는 내용을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해서 크게 특별한 내용이 없음에도 마치 로비가 겪고 있는 일이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져 책을 쭈~욱 읽게 된다.

3부에서는 성인이 된 브리오니는 캠브리지 대학교를 들어갈 수 있었지만 로비를 감옥으로 내몬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언니를 따라 간호사가 되어 전쟁에서 끔찍한 상처를 입은 병사들을 치료 하며 속죄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

..

.

이 책 자체가 글쓰기를 좋아했던 브리오니의 소설이다. 즉 브리오니는 이 소설 <속죄>를 쓰면서 속죄를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와… 대박’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소설을 읽는 내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즉 이언 매큐언이 설명해주던 소설이 갑자기 소설속 인물인 브리오니가 설명해주는 소설로 바뀐 것이다. 이런 구성은 처음 본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그렇게 극찬하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구나 드는 생각일 것 같기는 한데…
내가 누군가를 이런 사람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이 정말로 위험한 일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은 A라는 사람인데 내가 대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내가 B가 되기도 하고 C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면 나를 B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완벽하 B라는 사람으로 보진 않더라도 B.2나 A.8 정도로 보지 않을까? 실제로 나는 A인데 말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A가 아닐 수도 있겠지. 그런데도 한 사람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라고 단정짓고 그 사람을 대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큰 실수를 하는 것 아닐까. 쉽게 말해 ‘편견은 금물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간만에 읽은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맨 부커상을 괜히 받은게 아닌가벼.

댓글을 남겨주세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